김정환 Kim Jeonghwan (b.196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
주요 개인전
2023 자기만의 침묵 My own Silence, 갤러리 루하아키텍츠 컬렉션, 서울
2019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 갤러리체나콜로, 인천
2018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 갤러리기타노자카, 일본 고베
2017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 갤러리지오, 인천
2016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 백악미술관, 서울
2015 기억의 날인 Signatures of the memory, KDS 문화갤러리, 서울
2014 기억의 날인 Signatures of the memory,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2013 기억의 날인 Signatures of the memory, 대안공간 눈, 수원
2012 명묵明默 Bright Silence,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8 존재의 성찰, 백악미술관, 서울
주요 단체전
2024 ‘삶의 경계에서’ 한일작가전, 아시안웨이 주관(인사아트센터, 서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서울 순회전(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서울)
<10F X 100F> 4인전(갤러리MHK, 서울)
Art Vancouver 2024(PHJ gallery, 벤쿠버컨벤션센터)
2023 ‘공감’-제5회 아트레온 갤러리 소품전, 아트레온갤러리, 서울
‘환대의 식탁_마주하다’아트한갤러리 개관전, 아트한갤러리, 수원
Focus New York Art Fair, 뉴욕, 미국
2022 ‘공감’-제4회 아트레온 갤러리 소품전(아트레온갤러리, 서울)
CONTEMPORARY VENICE 2022(Palazzo Bembo, 베니스, 이탈리아)
FOCUS ART FAIR BOOM(Carrousel du Louvre, 파리, 프랑스)
‘INTERLUDE’(GALERIA AZUR, 베를린, 독일)
아시안웨이 “5월 빛”(아리수갤러리, 서울)
공통분모 ‘문자의 희망-날아보자’(문화제조창 한국공예관, 청주)
2021 이음의 공감전(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인천)
2021 이음의 공감전,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인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공통분모 ‘문자의 기억’(문화제조창 한국공예관, 청주)
‘공감’-제3회 아트레온 갤러리 소품전(아트레온갤러리, 서울)
‘콘크리트 벽’전(갤러리 기타노자카, 일본 고베)
2020 공통분모 ‘행복바이러스’, 갤러리KOSA, 서울
2020 인천환경미술제 ‘사람-人-展’, 온라인
‘공감’-제2회 아트레온 갤러리 소품전, 아트레온갤러리, 서울
2013년부터 한국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등 주요 단체전 다수
저서
『필묵의 황홀경』
『열정의 단면』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
『필묵도정』
『어쩌다 컬렉터』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
소장
대유미디어그룹
아주대학교 다산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라마다호텔 남대문
신촌 세브란스병원
한국예탁결제원
KSD나눔재단
전북대학교
아시아개발은행(ADB, 필리핀 마닐라)
육군본부
달관미술관(중국 악양)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갤러리체나콜로
갤러리루하아키텍츠컬렉션
작가 노트
1.
주위는 고요하다. 밤이 깊어지면서 간간이 들려오던 삶의 소음들마저 잦아들어 버렸다. 비로소 자신과 마주할 여백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침묵의 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침묵은 여백과 같다. 작업실에선 한지를 캔버스에 붙이는 것을 반복하고, 먹을 갈아 먹물로 이미지를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돌가루를 반복적으로 붙인다. 검은색 이미지가 침묵을 표현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침묵을 표현하는 것은 흰색의 여백이다. 내 작품에 있어 흰색은 이미지의 밑바탕이 되고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작용한다. 오늘도 나는 그 침묵 위에 나의 이야기들을 쌓아 가고 있다.
토머스 무어의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라는 말을 신뢰한다. 침묵이 단지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슴속을 꽉 메운 그 생각들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침묵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지까지 올라가 있는 초월성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소음이나 말하기는 나와 세속적 세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해 준다. 우리는 초월성을 찾아가기 위해 아니 단순히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기만의 침묵’을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 캔버스는 삶을 기록하는 기록장이다. 캔버스가 삶에서 하나의 진술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곳에 써진 진술이 정확하거나 철저하기보다 때론 애매하거나 어눌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보여주는 시각적 구심점의 부재는 은유적 방식의 침묵으로 해석되길 희망한다.
2.
하나의 선과 획으로 작가의 감성을 전달하듯, 하나의 색으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감성을 전할 것 같은 검은색이 있었다.
나의 작업 속에 드러나는 검은 이미지, 그것은 세상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다양한 문자를 삼킨 것이다.
나의 작업에서 검은색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흰색이다. 흰색은 처음엔 여백으로 존재한다. 그 여백을 통해 숨을 쉴 수 있다. 이후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흰색은 공(空)과 무(無)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신의 존재성을 보이게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하나의 시어(詩語)라고 생각하고 그리게 된다. 어느 순간 그리고 있는 이미지들이 하나의 삶과도 같다고 느꼈다. “잉크보다 삶의 핏물에 더 가까이 갈 것”이라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말을 떠올렸다. 우리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로 인해 처음 것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 삶은 실패하거나 의도한 바와는 다른 빗나간 삶이라고 여겨진다. 좀더 멀리서 거리를 두고 보면 우리는 그가 살고자 했던 삶을 볼 수 있고, 그 삶이 그다지 실패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그리는 이미지를 통해 하나의 삶을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화선지에서 번져버린 선(線)들은 분명 깔끔하지 않다. 처음 의도했던 바에서 벗어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멋대로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번져버린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그리고자 했던 이미지들이 어떤 것인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은 번져서 한 편의 시가 되고, 어둠은 번져서 삶의 빛을 발한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검은색이 얼룩이었다면, 나에게 있어 검은색이란 정신성의 발현(發現)이며 침묵(沈黙)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