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김서울 KIM SEOUL · 정민제 JUNG MINJE
2022.9.21 - 10.9
“두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는 몇 cm”라는 류의 문장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학의 옷을 입고 제법 모던하게 관계 정리를 하곤 하는 말들은 그러나 과학보다는 주술이나 유희에 가깝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케케묵은 논쟁들보다도 찾기가 쉽지 않다. 거리와 관계는 정의할 수 있는 언어라기엔 너무 유동적인 개념이어서,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김서울과 정민제가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이번 2인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볼 때 먼저 엿보이는 것은, 뭐랄까, 언어로 특정하기 힘든 어떤 답답함이 응축되어 있는 형국 같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부차적인 것으로 놓아두고 이들이 보여주는 바는 대개 일상 안에 꿈틀대고 있는 어떤 것들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드러내기’ 방식을 통해 각성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하루하루가 존재로서의 공방전이고,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두 작가는 일상을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포장하기보다는 날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서 ‘날 것’이란 ‘있는 그대로의’ 그 이상이다.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풍자하거나, 변용되거나, 무의식적인 듯하게 수집된 기호의 형태로 만나라고 던져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포물선에서 우리가 과연 ‘적당한 거리란 이만큼’이라고 특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코로나를 지나며 관습이 정해온 ‘적정 수치’ 같은 것들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사실은 무지함을 반증하는 것인지 알게 하는 것처럼 냉철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다만 김서울이 즐겨 사용해온 매체인 판화와 정민제의 특징적인 작업 방식 중 하나인 스티치에 묻어나는 따뜻한 손맛은, 시대의 차가움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공존을 추구하는 본능의 발로를 보여준다.
우리는 영원히 특정할 수 없는 이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유동적 관계와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찾고, 또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적절한 무게감과 단단함을 갖추어 나가는 이들은 자기 자신과도 적절한 거리를 두어가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강박과 부유감, 무기력과 공포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화할 줄 아는 성숙함을 획득할 때 비로소 남이 하는 말이 아닌 자신의 감각으로 일상이나 타인과의 거리도 조절할 수 있는 것임을, 적절한 서사의 모습을 밑 작업으로 깔고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는 두 작가의 작업들이 이번 전시에서 두고 있는 거리는 꽤 적당해 보인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
김서울 Seoul Kim (b.1983)
2013 타마 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전공 박사과정 졸업(2010 동대학원 석사졸업)
200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개인전
2022 <2022AXIS Solo exhibition 김서울-홀로상자일기> 021갤러리 상동관, 대구
<유리상자 아트스타II-김서울> 봉산문화회관, 대구
2021,17,14,11,10 <김서울展> 시로타화랑, 동경, 일본
2021,15 <Seoul Kim> 데이비슨 갤러리, 시애틀, 워싱턴
2020 <올해의 청년작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0 새로운 세대의 시선> 갤러리Q, 동경, 일본
2017 <현대인의 일상생활> 뮤지엄 산 기획 신진판화작가선발전, 뮤지엄산, 원주 외 7회
단체전
2022 대구문화재단 명작산실 지원전시<정례브리핑 14시,27일>, 예술발전소, 대구
2022 <Botongsaram vol.3-말하는 도구들> 서구문화회관, 대구
2022 <Botongsaram vol.2-일상의 기록>KT&G상상마당 대치갤러리, 서울
2021-22 <맛있는 미술> 아미미술관, 당진
2021 입주작가 성과전 <유연한 히스테리아> 예술발전소, 대구
2020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서울
레지던시
2021 예술발전소, 대구
2017 유와쿠 창작의 숲, 카나자와, 일본
2015,14 관란 국제판화기지, 심천, 중국
소장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뮤지엄, 로드아일랜드, 미국
시애틀 시청, 시애틀, 미국
뮤지엄 산, 원주
한국미술은행
<작가 노트>
나를 고립시키기도, 충만하게도 하는 도시의 상자 공간 속 우리들의 일상을 잔잔한 웃음과 함께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모습 또한 발견할 사람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A box2> 김서울 Kim Seoul
<A beer box6> 김서울 Kim Seoul
정민제 JUNG MINJE (b.1981)
2004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2 MY GREEN WONDERLAND, KT&G 대치갤러리
2021 올해의 청년작가-불편한 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0 전지적 자아시점 (TH갤러리, 대구) 외 5회
단체전
2022 BOTONGSARAM vol.3-말하는 도구들, 서구문화회관, 대구
2022 A 보단 B,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 대구
2022 BOTONGSARAM vol.2-일상의 기록 (KT&G 상상마당 대치갤러리, 서울)
2022 어느 순간의 작은 픽셀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서울)
2021 아트랩범어 윈터페스타 (아트랩범어, 대구)
2021 내일의 나와 나에게 (어울아트센터, 대구)
2021 수성빛예술제 (수성못, 대구)
2021 GAP 2021 glassbox artist project (봉산문화회관, 대구) 외 다수
수상 및 선정
2021 제3회 수성빛예술제 청년작가 선정
2021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사업 선정
2020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창작지원 선정
2015 범어아트스트리트 커브 선정
2008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선정
소장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대구문화예술회관
래지던시
2017년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경북)
<작가노트>
지나 온 시간 속에 축적되어 있는 감정을 각인하는 행위로, 일종의‘기억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행위로써 드러나는 조형적 흔적들은 지난 기억과 내적 갈등을 의미하는 삶의 증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로 만난 사이> 정민제 Jung Minje
<만촌동> 정민제 Jung Minje
<적당한 거리>
김서울 KIM SEOUL · 정민제 JUNG MINJE
2022.9.21 - 10.9
“두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는 몇 cm”라는 류의 문장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학의 옷을 입고 제법 모던하게 관계 정리를 하곤 하는 말들은 그러나 과학보다는 주술이나 유희에 가깝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케케묵은 논쟁들보다도 찾기가 쉽지 않다. 거리와 관계는 정의할 수 있는 언어라기엔 너무 유동적인 개념이어서,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김서울과 정민제가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이번 2인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볼 때 먼저 엿보이는 것은, 뭐랄까, 언어로 특정하기 힘든 어떤 답답함이 응축되어 있는 형국 같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부차적인 것으로 놓아두고 이들이 보여주는 바는 대개 일상 안에 꿈틀대고 있는 어떤 것들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드러내기’ 방식을 통해 각성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하루하루가 존재로서의 공방전이고,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두 작가는 일상을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포장하기보다는 날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서 ‘날 것’이란 ‘있는 그대로의’ 그 이상이다.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풍자하거나, 변용되거나, 무의식적인 듯하게 수집된 기호의 형태로 만나라고 던져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포물선에서 우리가 과연 ‘적당한 거리란 이만큼’이라고 특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코로나를 지나며 관습이 정해온 ‘적정 수치’ 같은 것들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사실은 무지함을 반증하는 것인지 알게 하는 것처럼 냉철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다만 김서울이 즐겨 사용해온 매체인 판화와 정민제의 특징적인 작업 방식 중 하나인 스티치에 묻어나는 따뜻한 손맛은, 시대의 차가움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공존을 추구하는 본능의 발로를 보여준다.
우리는 영원히 특정할 수 없는 이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유동적 관계와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찾고, 또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적절한 무게감과 단단함을 갖추어 나가는 이들은 자기 자신과도 적절한 거리를 두어가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강박과 부유감, 무기력과 공포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화할 줄 아는 성숙함을 획득할 때 비로소 남이 하는 말이 아닌 자신의 감각으로 일상이나 타인과의 거리도 조절할 수 있는 것임을, 적절한 서사의 모습을 밑 작업으로 깔고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는 두 작가의 작업들이 이번 전시에서 두고 있는 거리는 꽤 적당해 보인다.
글/ 배민영(예술평론가)
김서울 Seoul Kim (b.1983)
2013 타마 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전공 박사과정 졸업(2010 동대학원 석사졸업)
200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개인전
2022 <2022AXIS Solo exhibition 김서울-홀로상자일기> 021갤러리 상동관, 대구
<유리상자 아트스타II-김서울> 봉산문화회관, 대구
2021,17,14,11,10 <김서울展> 시로타화랑, 동경, 일본
2021,15 <Seoul Kim> 데이비슨 갤러리, 시애틀, 워싱턴
2020 <올해의 청년작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0 새로운 세대의 시선> 갤러리Q, 동경, 일본
2017 <현대인의 일상생활> 뮤지엄 산 기획 신진판화작가선발전, 뮤지엄산, 원주 외 7회
단체전
2022 대구문화재단 명작산실 지원전시<정례브리핑 14시,27일>, 예술발전소, 대구
2022 <Botongsaram vol.3-말하는 도구들> 서구문화회관, 대구
2022 <Botongsaram vol.2-일상의 기록>KT&G상상마당 대치갤러리, 서울
2021-22 <맛있는 미술> 아미미술관, 당진
2021 입주작가 성과전 <유연한 히스테리아> 예술발전소, 대구
2020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서울
레지던시
2021 예술발전소, 대구
2017 유와쿠 창작의 숲, 카나자와, 일본
2015,14 관란 국제판화기지, 심천, 중국
소장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뮤지엄, 로드아일랜드, 미국
시애틀 시청, 시애틀, 미국
뮤지엄 산, 원주
한국미술은행
<작가 노트>
나를 고립시키기도, 충만하게도 하는 도시의 상자 공간 속 우리들의 일상을 잔잔한 웃음과 함께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모습 또한 발견할 사람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A box2> 김서울 Kim Seoul
<A beer box6> 김서울 Kim Seoul
<일로 만난 사이> 정민제 Jung Minje
<만촌동> 정민제 Jung Minje
정민제 JUNG MINJE (b.1981)
2004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2 MY GREEN WONDERLAND, KT&G 대치갤러리
2021 올해의 청년작가-불편한 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0 전지적 자아시점 (TH갤러리, 대구) 외 5회
단체전
2022 BOTONGSARAM vol.3-말하는 도구들, 서구문화회관, 대구
2022 A 보단 B,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 대구
2022 BOTONGSARAM vol.2-일상의 기록 (KT&G 상상마당 대치갤러리, 서울)
2022 어느 순간의 작은 픽셀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서울)
2021 아트랩범어 윈터페스타 (아트랩범어, 대구)
2021 내일의 나와 나에게 (어울아트센터, 대구)
2021 수성빛예술제 (수성못, 대구)
2021 GAP 2021 glassbox artist project (봉산문화회관, 대구) 외 다수
수상 및 선정
2021 제3회 수성빛예술제 청년작가 선정
2021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사업 선정
2020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창작지원 선정
2015 범어아트스트리트 커브 선정
2008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선정
소장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대구문화예술회관
래지던시
2017년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경북)
<작가노트>
지나 온 시간 속에 축적되어 있는 감정을 각인하는 행위로, 일종의‘기억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행위로써 드러나는 조형적 흔적들은 지난 기억과 내적 갈등을 의미하는 삶의 증거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