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물길 Kim Mulgil (b.1988)
작가는 20대 시절, 673일 동안 5대륙 46개 나라를 여행하며 자연을 담은400여 장의 그림 을 그렸다. 귀국 후에는 ‘국내 아트로드’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며 계절과 사람 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아 내기도 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대체 불가한 자연의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담은 초록빛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친근하고 따뜻한 장면들을 통해, 안식처로서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노트
세상엔 무해한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상처주지 않는 것이 있을까?
처음에는 어머니의 품이 그런 존재였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키와 비슷해질 때 즈음이면 어미의 품 에서 나와 높고 반짝이는 것을 경외합니다. 단단한 벽만이 인간을 지켜주는 것이고, 밝은 조명만 이 어둠을 없애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란만장했던 수개월의 여정이 흘러 스케치북을 가득 채운 것은 더 이상 높고 반짝이는 것들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떠돌았던 인간에게 가장 위로가 되고 버텨내게 해줬던 것은, 바로 처음부터 그 자리의 주인이었던 생명들이었고,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선하게 자라난 무해한 자연입니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찾은 공존의 의미
소녀는 매일 어시장을 찾아갑니다. 사람 수 만큼 몰려든 생명들이 있습니다. 바다사자, 펠리칸입니 다. 그 누구도 서로를 내쫓거나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인간에게는 싱싱한 해산물을 살 수 있 는 곳인 동시에, 동물에게는 사람들이 사가지 않은 특수 부위와 작은 물고기들을 얻어먹을 수 있는 공짜 식당입니다. 한 장소가 모든 생태계에게 기회가 되는 곳이 존재합니다.
-탄자니아 소년의 메시지
탄자니아에는 도시 속에 자연이 있고, 자연 속에 도시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당연 한 것입니다. 아프리카 소년이 그녀에게 말해줍니다. 무성했던 자연의 모발을 다 밀어내고 벽돌만 쌓아 올리면 그 벽돌 속 두 다리 생명은 더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상파울로의 초록 쓰레기 봉투
도시 상파울로 대로변에 나뭇잎 뭉치가 줄지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나뭇잎으로 프린팅 된 쓰레기 봉투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쓰레기를 자연의 모습으로 포장하여 인 간의 눈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자연과 함 께 공생하여야 하는 이유는 도시 길가를 걷다가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Back to Korea
그녀의 피부는 뜨거운 햇살에 점점 어두워졌지만, 감성은 회색에서 녹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오직 자연일 수 없고, 오직 인간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외하던 높고 반짝이는 것은 빌딩뿐 아니라 하늘의 빛나는 별이기도 합니다. 나를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벽돌 공간뿐 아니라 아름드리 나무그늘 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균형을 꿈꿉니다. 대체 불 가한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전합니다. 보는 이들의 눈에 녹색이 맺히고 그 가치를 함께 공감하 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는 바다를 잃은 바다사자가, 초원을 잃은 얼룩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계절은 자연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입니다. 그 섬세한 온도의 변화가 세상에 내어놓는 것들은 믿을 수 없는 마술 같기도, 때로는 경이로운 선물 같기도 하지요. 새 계절을 만날 때마다 숨쉬고 있을 자연의 모습을 끝없이 상상하게 됩니다.
세계 이곳저곳 존재하는 온도의 모양을 찾아 여행을 했고 그 곳에서 마주한 계절들을 물감 삼았습니다. 봄이 부서지고 만나는 뜨거운 파도부터 해가 지지 않는 백야에서 만난 무지개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만난 온도들을 채집한 한 화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 앞에서 저 나라와 그 온도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